동남부와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환절기를 맞으며 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몽고메리 한인회 분규사태,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관련 법정소송, 조지아 뷰티협회의 분열로 각자 밥 그릇 챙기기등 그동안 미주 총연과 미주 상공인 총연이 보여준 꼴볼견을 닮아가고 있다.얼마전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거와 관련 지속적으로 회칙 무시및 불법 선거를 호소하는 시민의 소리라는 모임이 한인회와 선관위를 법정소송을 하였다.시민의 소리는 소송을 통해 한인사회의 정의와 불법을 묵과 할수 없다며 몇가지 위반사항을 적시하며 올바른 한인사회를 정립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인사회 또다른 시각은 소송의 의미를 탈락한 후보가 출마 당시 한인사회 인사로 부터 차용한 공탁금 반환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 순자(荀子)는 다양한 사회 현상속에 대립되는 진영논리의 해법을 위해 사람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의견 분출의 시대에 한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자신의 주장에 기준이 없다면 그냥 생각없이 떠벌리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순자는 “한 가지 주장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사안에 주장하려면 반드시 이치를 갖추어야 한다”(持之有故 言之成理)라고 말했다.
가끔 우리는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어떤 패널이 너저분하게 뭔가 말을 하는데, 아무런 근거없이 상대방의 주장을 비방하거나 헐뜯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 되풀이 하는 경우를 시청하게 된다. 우리는 처음에 그 사람이 뭔가 결정적인 증거가 있으니 저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 끝내 그 패널은 잡다한 말잔치로 자신을 정당화 할뿐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는 주장이라고 표현 할수 없으며 시청자를 짜증나게 한다. 마치 술자리에서 술 취한 사람이 자신이 한 말을 하고 또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순자가 말한 대로 어떠한 주장이 근거와 이치를 갖추고 있다면, 그 주장이 누구의 것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주장 자체에 함께 주목하는 것이 좋다. 누구의 주장인지만 관심을 두면 그 주장이 설혹 타당하다고 해도 나와 같은 편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양극화된 진영의 논리에 갇혀서 서로의 주장이 가진 좋은 점을 놓치며 볼수 없게 된다.
우리가 백화점보다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건 값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깎을 수 있다는게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물건 값을 깎으려면 주인과 손님이 적정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한다. 주인은 더 받으려고 하고 손님은 덜 내려고 한다. 값을 두고 서로 생각을 나누다가 서로가 만족하는 지점에서 흥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물건 값의 흥정처럼 서로의 생각도 흥정을 할수 있다. 현재 한인회장 선거와 관련 법정소송에 이룬 대립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공탁금이 가장 큰 이유이다. 과연 양측이 가지고 있는 공탁금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어떤 과정의 노력과 해결을 위한 만남과 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런 노력과 흥정도 없이 너는 너, 나는 나로 갈라지는 양극화의 집단에 소속된 일부 한인들의 진영 논리만을 바라보지 않고 주장의 합리성에 주목할 때 양극화된 의사결정의 지루한 실랑이를 공론의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 그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도 관전하는 사람도 함께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를 듣고 판정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면 상대와 함께 있을 이유가 없다. 상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각의 흥정은 위신을 내세우고 고집을 피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공동의 관점과 일반적 가치를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서로 실랑이만 벌이다 보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수밖에 없다.
좋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논쟁을 펼친 공론의 시장이었던 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에 묵자(墨子)는 사상가마다 사람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대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람이 하나면 주장도 한 가지, 사람이 열이면 주장도 열 가지, 사람이 백이면 주장도 백 가지였다.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주장도 더욱더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주장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주장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옳게 여기고 타인의 주장이 그르다고 하여 서로 번갈아 비판을 일삼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애틀랜타 한인회장 경선은 30대 선거(2011년)였다. 회장 후보는 김의석 후보와 김창환 후보 였으며 김백규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를 지휘했다. 당시 선거 관련 다양한 진행상황은 관계자들이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과연 30대 선거와 34대 선거가 무엇이 다른가? 30대 선거후에도 김창환 후보에게 김백규 선관위원장은 공탁금을 돌려 주지 않았다. 34대 선거에도 홍성구 후보에게 어영갑 선관위원장은 공탁금을 돌려 주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한인회 회칙을 근거로 선관위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공고한 시행세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다. 모든 국가의 헌법은 항상 제자리에 있으며 그때그때 발생하는 상황에 따른 개정된 조항이나 시행세칙과 부칙들이 수없이 새롭게 만들어 진다. 34대 한인회장 선거는 선관위가 시행세칙을 규정하여 공고하였으며,두 후보는 한인회 회칙이 아닌 선관위 시행세칙의 규정에 따라 후보 등록을 한것이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한인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인회장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으로 모 인사는 자신의 측근들에게 한인회장 출마를 권유 하였다. 또 다른 후보자는 후보등록 마감 3일을 남기고 절대 상대 후보가 한인회장이 되면 안된다고 등록 하였다. 결국 한인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나 아니면 절대 안된다는 기득권 계층이 조장하는 현상이다.
돈키호테와 맹자의 공통점은 시대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에 있으며, 자신들이 찾는 참의 세계가 저 어딘가에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는 점이다. 돈키호테는 산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풍차를 보고 거인이라 생각하고 공격을 하다 패하고 만다. 맹자는 전쟁이 만연한 춘추전국시대에 성선의 세계를 주장하며 현실에서 제후들의 무관심과 소외 당할때도 자신의 이상과 철학을 주장했다. 돈키호테와 맹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러 위기에 부딪치지만 절대 자신의 오류와 실패를 시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