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30일 앞두고 대다수 신문은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내세웠습니다. 이번에도 오차범위 내 수치를 비교해 우열을 강조하거나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사항 일부를 누락한 신문이 있는데요.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서울지부는 신문 모니터 대상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와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2월 7일 여론조사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차이 ‘없는’ 오차범위 수치, 차이 ‘있는’ 것처럼 왜곡
모니터 대상 8개 신문사 중 한국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여론조사 관련 보도를 1면에 실었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는 여론조사 기관에 직접 의뢰한 결과를 보도했으며,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국민일보가 의뢰해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와 ‘뉴시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무너진 대선 승리의 법칙] (심진용·윤승민 기자)에서 최근 여론조사가 아닌 D-100 이후 여론조사에 주목해 대선 D-100일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발표된 여론조사를 훑은 뒤 3면에서 KSOI/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유일하게 1면이 아닌 5면에 [설 직후 여론조사도…이재명·윤석열 오차범위 내 접전] (이성택 기자)을 싣고 4개 업체(조사기관) 여론조사를 비교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제목에 수치를 나열했으나 모두 ‘오차범위 내’입니다. 오차범위 내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차이가 ‘없는’ 것을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강조하는 것으로, 비과학적이며 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인용된 여론조사 역시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가 ±3.0~3.1%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결과라서 사실상 비교가 무의미한 수치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미 “오차범위 내 결과 값인데도 수치만 나열해 유권자에게 순위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어 제목에 수치를 적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언론사는 그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합니다. 대선이 30일 남은 2월 7일, 언론은 사실상 무가치한 것을 제일 중요한 것으로 포장해 보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 필수표기 사항 또 미달
선거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할 때는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맞게 보도해야 합니다. 선거여론조사기준 제18조 1항은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지역 △조사일시 △조사대상 △조사방법 △표본의 크기 △피조사자 선정방법 △응답률 △표본오차 △질문내용 △권고 무선 응답비율을 함께 공표·보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3항에서는 기 공표·보도된 조사결과를 인용할 경우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일시와 함께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월 7일 인용된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무시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자체 여론조사를 한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의 경우 12개 필수표기 사항을 보도했는지 살폈고, 이미 공표·보도된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경향신문·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도 4개 필수표기 사항을 보도했는지 확인했습니다.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4개 신문 중 여론조사 공표·보도 사항 12개를 모두 충실히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입니다. 동아일보는 응답률을, 중앙일보는 피조사자 선정방법과 응답률을 표기하지 않았습니다(권고 무선 응답비율은 4개 여론조사 모두 무선전화 응답비율 60% 이상으로 필수표기 사항 아님). 기 공표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신문 중 4가지 사항을 모두 지킨 곳은 매일경제뿐입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구를, 한국경제는 리얼미터/뉴시스 여론조사의 조사일시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된 여론조사는 KSOI
신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의뢰해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입니다. KSOI/국민일보 여론조사는 총 5개 신문(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에 인용됐습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자사에서 의뢰한 여론조사만 보도했으며, 동아일보는 4면에서 [이 31% vs 윤 35%…이 38.1% vs 윤 36.8%] (장관석 기자), 조선일보 또한 4면에서 [동아일보 이 37.0% 윤 41.7%…중앙일보 이 38.1% 윤 36.8%] (김아진 기자)로 자사 의뢰 여론조사와 함께 다른 여론조사를 비교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그밖에 리서치앤리서치·칸타코리아·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 여론조사가 3회씩 인용됐으며,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경제지 두 곳에서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인용된 7개 여론조사의 양당 후보 지지율 양상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오차범위 내 차이로 누가 앞섰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여론조사는 이 후보의, 또 다른 여론조사는 저 후보의 지지율 결과가 높게 나온다고 인용됐습니다. 이날 여론조사 보도에서 특별히 특정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만 인용한 보도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언론이 여론조사를 선택해서 인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보도 원칙 지켜야
하루에도 수십 개 여론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이 그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정확한 보도가 요구됩니다. 수치만 나열해서 우열이 있는 듯 왜곡하거나 반드시 표기해야 하는 여론조사 공표·보도 사항을 미 표기하는 문제는 반드시 정정돼야 합니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위해 언론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여론조사’가 아닌 ‘제대로 된 여론조사 보도’입니다.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자: 국민일보/ 선거여론조사기관: KSOI/ 조사일시: 2022년 2월 3~4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 동아일보/ 선거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일시: 2022년 2월 4~5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 조선일보·TV조선/ 선거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 조사일시: 2022년 2월 4~5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 중앙일보/ 선거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일시: 2022년 2월 4~5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CBS / 선거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 조사일시: 2022년 2월 4~5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 한겨레신문/ 선거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일시: 2022년 2월 3~4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사의뢰자: 뉴시스 / 선거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일시: 2022년 2월 3~4일(2일간)/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모니터 대상:
2022년 2월 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