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께서 어제 발행한 ‘무료폰트 영리 사용, 이용자 최종 승소 (ft. 오픈넷 공익소송)’의 본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셔서요. 특히 이해가 어렵다고 하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료 폰트를 다운받았지만, 이용 범위(개인, 비상업적 용도)를 넘었는데 왜 저작권 침해가 아닌가.
폰트 회사(원고)가 이용자에게 폰트 사용 범위를 제한한 계약 내용의 성립과 이행을 주장할 수 있는 ‘고지(설명의무)의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이에 해당 사건 판결문을 직접 올려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우선 ‘폰트’ 저작권에 관해선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헷갈리시는 내용인데요. 폰트(글씨체) 그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폰트 그 자체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폰트 파일(프로그램, 소프트웨어)에만 저작권을 인정합니다. 이와 관련해 진보넷 오병일 님의 말씀을 다시 인용해봅니다.

“최근 이슈가 많이 되는 것이 ‘폰트’(서체) 문제이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폰트 파일’에는 저작권이 있지만‘서체’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 즉, 폰트 파일을 허락 없이 복제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지만, 그 결과물인 서체 자체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아니, ‘폰트 파일’없이 어떻게 서체가 나온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나 플래카드, 웹자보를 외주 제작해서 만들었을 경우, 제작한 사람이 폰트 파일을 불법복제해서 사용했다면 제작한 사람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을 사용한 사람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폰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무조건 쫄 필요는 없다.” (오병일,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 확인할 8가지 체크포인트’ 중에서)

내가 ‘직접’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는 아예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내가 ‘직접’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는 아예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은 다운로드를 허락하지 않은 폰트 ‘파일'(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을 다운받아야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고, 글씨체 자체를 ‘복사+붙여넣기’해서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예: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글씨체의 문구를 발견해 해당 문구를 내 블로그 게시물 삽화 이미지에 이용한 경우)

3. ‘폰트’ 프로그램 다운로드 및 사용과 관련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다운로드를 불허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았을 때: 저작권(복제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를 허락한 ‘무료폰트’인 경우는 일단 저작권 침해는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대법원). 다만 이 경우는 대개 배포자(폰트회사)가 ‘개인+비상업’으로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데요. 이 경우에 이용자가 그 사용 범위를 넘은 경우, 즉 회사에서 단체로 이용하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계약 위반(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사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시죠. 사건 개요와 해당 판결문 부분을 요약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건 개요: 

사실 관계: 네이버 자료실의 무료폰트 게시판에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영리적으로 사용한 사안.
저작권 침해 여부(X): 무료 폰트를 배포한 이상 약관으로 이용 범위를 제한했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를 넘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저작권 침해(복제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고, 다만 채무불이행 책임 여부만 검토하면 된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
채무불이행 책임 혹은 손해배상책임 책임(X): 원고인 폰트 회사가 이용약관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 즉 사용조건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경우 사용허락계약 위반 책임도 지지 않는다.  → 판결문 해설

폰트회사가 사용조건(개인/비상업)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1. 온라인 무료폰트 사용허락계약은 “약관에 대하여 버튼을 클릭하여 동의하는 방식(Click-Wrap License)으로” 체결됩니다.

2. (그래서) 폰트회사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무료폰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고, 사용허락 조건을 명확하게 명시하며, 해당 고지를 읽어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경우에는 폰트 회사가 설명 의무를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사용허락계약의 제한 조건에 상호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용자(민사소송의 피고)가 이 폰트회사(원고)에서 다운로드했다는 것을 폰트회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3. 이 사건에서 이용자(피고)는 폰트회사(원고)의 폰트 프로그램을 네이버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네이버 자료실의 안내문구의 내용과 위치를 고려하면 폰트회사(원고)가 ‘제대로 사용제한 조건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용제한 조건을 고지한 문구가 있긴 하지만, 위치가 너무 멀 뿐더러,  “사용범위 프리 – 개인, 국내”라는 사용범위를 요인한 여지가 있는 문구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판결문을 찬찬히 읽으시고, 해당 참고 그림을 살피시면 내용을 넉넉하게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특히 폰트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당한 분이 계시다면, 아래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시고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하 판결문 원문입니다.

 

 판결문 원문 

가) 저작자가 저작물인 프로그램의 사용에 대하여 방법이나 조건을 정하는 사용허락계약은 저작자와 사용자가 개별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용자들이 프로그램 패키지를 구입하여 개봉하는 때에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의 구입이나 다운로드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대부분 사용자가 해당 프로그램의 설치 또는 실행 과정의 일부로 약관에 대하여 버튼을 클릭하여 동의하는 방식(Click-Wrap License)으로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된다.

나) 원고는 원고의 홈페이지에 서체 프로그램을 등록하여 사용자들이 이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 왔다. 원고 홈페이지의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현재(재판 당시) “헤움디자인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폰트파일)의 경우 저작권법 제101조의3 제1항 제4호에 따라 ‘개인이 비상업적 용도로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사용 시 무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헤움디자인의 헤움서체 배포정책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사회공헌과 나눔 정신의 실천입니다. 헤움폰트 배포정책과 달리 상업적 사용을 위한 복제 및 제3자에게 폰트파일 무단 배포, 게시 등의 행위는 저작권법에 따른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은 위 내용을 모두 확인하였으며 상기 내용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고, 원고는 다운로드할 사람이 위 내용에 관하여 ‘동의하기’를 체크해야만 서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동의하기’에 체크하고 서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였다면 원고와 다운로드한 사용자 사이에 그 서체 프로그램에 관하여 위와 같은 제한된 이용 및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도 이전까지는 원고 홈페이지의 다운로드 페이지에는 “저작권법 제101조의3 제1항 제4호 규정에 따라 개인이 가정과 같은 비업무장소에서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 시에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권 계약서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내용이 있기는 하였지만, 다운로드에 제한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서체를 원고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피고가 이 사건 서체를 다운로드한 당시의 네이버 자료실의 다운로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네이버 자료실에서 ‘무료폰트’ 항목을 선택하면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한 서체들이 제시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서체를 클릭하면 별지 ‘그림1’과 같이 화면 좌측에는 해당 서체의 디자인이 한글, 영어, 숫자 등으로 소개되고, 화면 우측에는 “무료다운로드”를 클릭할 수 있는 사각형이 있다.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무료다운로드” 부분을 클릭하여 다운로드 받은 이 사건 서체를 설치 또는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서체의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약관을 확인하고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 등으로 동의하는 절차가 따로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네이버 자료실에서 이 사건 서체를 다운받는 화면 하단에는 별지 ‘그림2’와 같이 “무료사용 범위는 개인이면서,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위 안내문구를 인지한 상태에서 별지 ‘그림2’의 “무료다운로드” 사각형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이 사건 서체에 관하여 사용범위를 제한한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무료다운로드” 부분 바로 아래에는 “사용범위 프리 – 개인, 국내”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1) “개인이”,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이 서체를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 점, 무료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2) 위 안내문구는 “무료다운로드” 사각형 부분과 상당히 떨어진 화면 하단에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서체에 관한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안내문구가 사용허락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포섭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서체에 관하여 사용범위를 비상업적 용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피고의 과실 유무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상 판결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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