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조장미 씨)와 프로배구 선수 김인혁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악플(악성댓글)’과 ‘사이버렉카’(Cyber Wrecker; 온라인 이슈를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 올리는 유튜버) 등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행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근거 없는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개인메시지, 각종 댓글 창에서 악의적 인신공격이나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의혹과 루머를 사실확인 없이 정리해 조회수 장사하는 유튜브채널, 이를 방치하고 있는 플랫폼사업자 등 누적된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이버불링 해결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 속에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댓글 창, 유튜브 등에서 생산된 각종 루머나 비난 여론을 무분별하게 인용 보도해왔기 때문입니다. 2019년 고 최진리, 고 구하라 씨 죽음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지적됐지만, 그런 보도 행태는 여전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두 사람을 다룬 언론보도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논란 촉발한 ‘위키트리’ 가십성 기사
스트리머 ‘잼미’ 조장미 씨는 2019년 7월, ‘남성비하 제스처’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남성혐오자’라는 비난과 함께 각종 루머에 시달렸습니다. 조 씨는 2020년 5월 방송 무기한 중단을 알렸고, 그의 모친도 조 씨를 향한 악플과 비난 때문에 스스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언론은 조 씨와 관련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기사화했습니다. ‘남성 비하 제스처’ 논란 방송 며칠 뒤 유사언론 위키트리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기사화하며 언론 보도가 급증했습니다. 2019년 7월 10일부터 사흘간 포털 네이버에 실린 관련 기사는 총 135건으로 대부분 인터넷신문과 연예매체가 온라인 커뮤니티 내 비난 여론을 전한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이중엔 매일경제·머니투데이·서울경제·아시아경제·아주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 등 경제일간지와 국민일보·세계일보 등 종합일간지 보도도 있습니다. 아주경제는 그해 7월 10일 2건, 11일과 12일 각 1건씩 사흘간 매일 ‘잼미 논란’을 다뤘고, 한국경제는 7월 10일 2건, 12일 1건으로 총 3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며 2020년 5월 10일, 조 씨는 자신과 어머니에게 있었던 힘든 사실을 전하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또 다시 기사화됐고, 방송 당일부터 사흘간 포털 네이버에 총 40건의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때도 위키트리를 시작으로 인터넷신문, 연예매체는 물론이고 매일경제·머니투데이·아주경제·한국경제 등 경제일간지와 세계일보, MBN 등에서 그의 방송 중단을 다뤘습니다.
조선·매경·한경이 ‘PICK’한 김인혁 가십기사
배구선수 김인혁 씨의 경우 그가 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경기력을 다룬 보도도 많았지만, 2021년 8월 SNS에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위키트리가 이를 기사화하자 그를 둘러싼 가십성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8월 18일부터 사흘간 포털 네이버에 전송된 관련 기사는 총 36건으로, 잼미 논란 보도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신문, 연예매체와 함께 국민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 등 종합일간지와 함께 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 등 경제 일간지, MBN·YTN, 통신사 뉴스1 등이 그의 SNS를 인용해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이중 YTN이나 스포츠월드의 경우 논란을 전하며 ‘악플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전했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의 SNS에 올라온 악플 내용과 그의 심경을 그대로 전하는 SNS ‘복붙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이같은 ‘복붙 기사’를 주요 기사, 즉 ‘PICK’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뉴스는 ‘PICK’ 기능을 도입해 언론사가 직접 자신의 주요기사 혹은 심층기획 기사를 선정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기사 품질 여부를 평가하는데 활용하고 있는데요.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제공하는 기사 정렬방식인 관련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중 관련도순의 경우 여러 기준으로 활용하는데, ‘PICK’처럼 언론사가 주요 기사로 표기했는지 여부를 기사 품질 평가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네이버는 “저품질 기사를 PICK하는 경우 등 악용의 소지를 방어하고자 해당 표기에 대한 언론사별 신뢰도를 함께 측정”한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자료가 없어 실제 언론사별 신뢰도 측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이뤄진다면 기사 정렬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언론사별 악용사례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사이버불링, 언론과 플랫폼사업자 책임도 크다
사이버불링에 시달린 유명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2월 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혐오와 차별세력에 무릎 꿇지 않겠다”고 밝혔고, 다음날엔 ‘가해 유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월 9일 현재 15만7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두 가지 대처만으론 사이버불링을 근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포털뉴스 댓글 창이 악플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2019년 10월 카카오, 2020년 3월 네이버가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고, 2020년 8월엔 양대 포털 모두 스포츠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습니다. 지난해 8월엔 네이버가 언론사에게 개별 기사마다 댓글 창 온·오프(ON·OFF)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포털뉴스의 이런 조치는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선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비방 등 온라인 괴롭힘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국회와 정부가 법·제도 정비에 나설 수 있도록 감시를 늦추지 않아야 하며 유해 콘텐츠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사이버불링과 온라인 괴롭힘의 폭력성에 대한 일상교육 강화 등 장기적 대책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더불어 오마이뉴스 [위키트리·인사이트가 ‘BJ 잼미’에 저지른 악행] (2월 8일 박정훈 기자)에서 지적했듯 유사언론 문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명인 SNS를 출입처 삼아 가십성 ‘복붙 기사’를 쏟아내는 문제, 대형 언론사가 ‘디지털친화 전략’을 명목으로 상업적이고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는 문제 등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지금 이 시각 고인의 죽음마저 장사에 이용하는 언론과 유튜브채널이 있다면 당장 멈추고, 이를 방기하고 있는 포털과 유튜브는 책임을 다하길 바랍니다.
모니터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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