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재동] 미주총연이 길을 묻다 ,,,,,


최근 통합 미주총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세월 지리 하게 이어져 온 미주총연 사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와 또 하나의 정통 미주총연 출범으로 인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미주총연 28대와 통합 미주총연 29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불미스러운 충돌을, 신(新)미주총연 사태로 규정 한 바 있다. 신(新)미주총연 사태는, 법이 아닌 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기본적으로 신(新)미주총연 분규에 정답은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비슷한 이유로 계속 반복되고 있는 분규를 분석해 보면 쌍방이 절차를 무시하고 회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럴진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와 쌍방이 회칙을 내세워 절차를 무시했느니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쯤에서 미주총연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미주총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미주총연은 미주 한인 동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지난 9월 23일 통합 29대 대내 총회장이 호소문을 냈다. 총연의 존재 가치를 한국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한국에 집착하는 문구가 많았다. 이를테면 분규단체 지정해지나 세계한인회장대회 초청 등을 성과로 꼽고 있다. 미주 한인 동포사회를 위한 사업 등의 성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도 없었다. 그것이 우선 되지 않고는 미주총연의 진정한 통합과 정통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근 각 지역 한인회나, 8개 광역 연합회에서 동포사회를 위한 생산적인 사업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본보기가 되어야 할  총연이 오히려 그들을 본받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지난 세월 분규의 중심에 섰던, 회장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진정 미주 한인 동포의 대변인, 대표자가 되려면 한국 정치가 아닌 미국 주류정치와 연결되어야 한다. 미주 한인 동포의 권익과 소수민족으로서 받을 수밖에 없는 불이익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그 간극을 줄여 주는 역할이야말로 미주총연이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우리 문화와 전통의 우수성을 미 주류사회는 물론 세계만방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지구촌 곳곳에 퍼져있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맏형으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데 있다. 통합 29대 미주총연과 정통 29대 미주총연 쌍방이 자기 쪽이 정통이라고 서로 우긴다. 미주총연의 근간인 도산(島山)의 정신을 잇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지난 10여 년 동안 분규 당사자들은 상대를 향한 소송 남발과 법정 공방으로 점철 했다. 신(新)미주총연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28대 총연으로부터 고소장 접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통합 미주총연이 발끈하며 분개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통합 이전부터 28대 회장과 조정위원장 이름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경고문을 공지했었다. 그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8대와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도 없이 밀어붙인 결과물인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비롯된 이번 일은, 통합 미주총연 공동회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먼 사람들까지 엮어서 한 방에 날려버리려 하는 것은, 정통 29대 미주총연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피고소인 명단을 보면 의외의 인물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통합합의서에 서명한 사람들과 각각 김, 국 총회장 선거나 취임에 직접 관련된 사람 말고는 피고소인에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누구의 분풀이나 화풀이용으로 소송이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만약에 개인적인 감정이 이번 소송에 개입되었다면, 비겁함을 떠나 옳지 않다. 그것은 그것대로 풀면 될 일이다. 대체 미주총연이란 이름이, 정통이, 뭐 간데 무고한 개인을 희생시켜가며 끝까지 지키려 하는가.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풍전등화의 미주총연을 살펴, 바로 세워야 할 나이 지긋한 회장들이 해묵은 좌파 우파, 영남 호남을 꺼내 들고 싸움을 붙이는 한심한 작태는,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도 빨갱이란 말이 미주총연 안에서 난무한다. 21세기 우주로의 여행을 꿈꾸는 미국 속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미주 한인 동포사회를 한국 정치의 잔재와 연관 짓지 말라, 그것 다 부질없는 짓이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진실이 있다. 미주총연이 250만 미주 한인 동포를 대표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미주 한인 동포들은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란 단체가 있는지, 뭐 하는 단체인지도 모른다.

미주총연은 한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결성한 단체가 아니다. 한국 정부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분규 당사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미주 한인사회나 동포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알고 보면 미주총연이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단체가 되고 싶은 까닭은 따로 있었다. 그 기저에는 개인적인 욕망이 내재해있다. 이를테면 총연회장이란 직함을 이용해 한국 정치 변방의 일원이 되어보겠다는 욕심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한국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에 있다. 그것을 솔직히 시인하는 편이 조금은 인간적일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로 지급하는 지원금에 눈독 들이기 전에, 우리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주총연 정체성의 근간인 도산(島山)의 정신인 것이다.

지금은 한국과의 유대를 논할 때가 아니다. 집안을 바로 세우는 일이 급하다. 한국과 연을 끊으라는 말이 아니다. 미국에, 미주 한인 동포사회에, 좀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총연을 이끌어야 한다.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주 한인 동포들로부터 인정받는 총연이 먼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28대 미주총연은, 통합 29대 미주총연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정통 29대 미주총연이 순항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소송이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게 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28대를 이었다는, 정통성에 명분이 서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 동안 소송이란 단어에 매몰되어 왔던 것을 재연해서는 안 된다.

필자소개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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