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정과 절차가 생략된 한인사회 리더들의 언행  ,,,,,

우리는 사회에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렇다면 과연 절차란 무엇일까? 절차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치르는 데 거쳐야 하는 순서나 방법’이다. 절차는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정이 중요할까,아니면 결과가 중요할까. 당연히 과정도 결과도 모두 중요하다. 서양 속담에 “성경을 읽기 위하여 양초를 훔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성경을 읽겠다는 것은 참 아름답고 선하고 거룩한 목적이다. 그러나 성경을 읽겠다고 양초를 훔친다면 이미 그 과정에서 선한 목적은 변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훔친 촛불로 성경을 읽는 것을 주님께서 기뻐하실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꿩 잡는 게 매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잘못된 뒤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론(黑猫白 )은 오로지 목적,목표 지상주의의 산물을 뜻하고 있다. 목적,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불법,위법,편법,부도덕등 비정상적인 수단과 방법, 과정이 정당화,합리화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해도 과정 즉 수단과 방법이 잘못된 절차가 되어서는 안된다.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경우는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자칭 통합미주총연으로 지난 2월 뜬금없이 통합 대표 8인이 서명한 공동통합 합의성명서가 발표된 경우이다. 통합과 관련된 과정과 절차가 올바르게 진행되었는지  올바른 설명없이 밀실 야합으로 2명의 총연회장과 차기회장직을 조건으로 이사장이 한명 선출된 결과물인 통합합의 성명서만 덩그러니 발표된 급조된 통합 총연의 경우이다. 

반면 지난 9월에 출범한 정통 미주총연은 회원들이 과정과 절차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며 출범한 29대 정명훈 회장 체제는 상대적으로 올바른 결과물의 표본이 되었다. 결국 통합총연은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2명의 총연회장과 차기 총연회장에 내정된 이사장 사이에 자신들의 합의문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자중지란이 일어난 결과를 자초했다. 한편 29대 정통총연 정명훈 회장은 미주 한인사회에 분열과 분란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시간을 지우기 위해 하나하나 쓰레기를 청소하며 내실을 도모하며, 주류사회 속으로 동참하며 새롭게 한인사회 대표 단체로 위상을 세워 나가고 있다.

이렇듯 짧고 화려한 성공의 순간을 갈망하는 3명의 통합 총연의 리더 보다는 내가 원하는 곳까지 걸어갈 여행의 여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흥미 진진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1명의 정통 총연의 리더가 되었으면 한다. 결과만 추구하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이고 과정이라는 확신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어떤 면에서 사회란 참 매몰차다. 다양한 과정과 절차는 전체적으로 생략된 채 오로지 결과, 결과물만 쫒아가며, 그 결과물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이 성적순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결과주의에 급급하다 보면 개인이 가진 창의성과 개성 따위는 무시되고 만다. 결국 리더들은 이미 정해진 틀에 짜여진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압박에 시달릴 뿐이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 과정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하지만 과정이 나쁘지만 결과가 좋으면 그것도 좋은 과정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그건 이도저도 아닌 실패라는 낙인만 남는다. 논리적으로 이율 배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애틀랜타 한인회의 경우 한인회관에 소녀상 설치와 관련 이홍기 한인회장은 한인사회에 진실된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자신이 한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 이홍기 회장은 한인사회에 올바른 이유와 설명도 없이 뜬금없는 소녀상 설치를 정기 이사회에 제안하고 한인회관에 설치하기로 이사회 인준을 받았다. 이후 전직 회장들의 반대로 공청회를 개최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홍기 한인회장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이미 공청회 전에 소녀상은 한인회관 입구에 자리를 잡고 개막도 된 상태이다. 

최근 개최된 공청회는 애틀랜타에 15만 한인이 거주하는 대도시에도 불구하고 70여명의 한인만이 참석한 무관심의 공청회였다. 또한 공청회는 이홍기 한인회장의 형식적인 준비와 허술한 진행으로 공청회의 진정한 의미를 희석시켰다. 이홍기 한인회장의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소녀상 설치는 결국 한인회관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인회관에서 진행될 한인사회 행사에 참석할 주류사회 정치권 인사들과 다양한 주류사회 인사들이 입구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한 반응이다. 또한 이홍기 한인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순간부터 앞으로 선출될 차기 한인회장들에게 무거운 짐을 던져주는 결과물이 된다는 문제이다. 소녀상 설치는 한인회 역사속에 두고두고 이홍기 한인회장의 결정이 옳은 판단인지 잘못된 판단인지 한인들 입에서 입으로 회자될 것이다.

제30대 동남부한인회연합회 역시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회장단과 집행부간에 소통이라는 문제에 부딪히며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출범 초기 홍승원 연합회장은 소통을 강조한 반면에 회장단과 집행부간에 소통이라는 과정과 절차가 생략된 가운데 일방적인 공지와 통보가 전달되며 출범 초기 삐끗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들의 과정과 절차가 생략된 이 같은 결정은 전자에서 지적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 한다. 또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업사이드는 반칙이지만 그걸로 넣은 골이 유효할 때가 있다. 강도로 훔친 물건은 잘못이지만 어떤 경로로 점유 한 경우 발각되지 않으면 유효하다. 투기를 하든, 탈세를 하든, 어떤 짓을 해도 돈만 많이 벌면 된다. 등등 사회에서 발생하는 결과를 조롱하는 말들이 즐비하다. 한마디로 과정과 절차가 불법이라도 성공한 결과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렇듯 한인사회 리더들의 잘못된 과정을 인정하면서도 결과물은 유효, 또는 합법적이라고 하면 과연 차세대 한인 사회를 이끌어 갈 후배들에게 뭘 가르칠 것인가. 큰 혼란이 오는 느낌이다. 과정이 잘못 됐으면, 당연히 결과도 잘못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주 한인 대표 단체가 한인사회로 부터 불신을 자초한 각가지 병폐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정과 절차에 대한 정당성 보다는 결과를 중시한 때문이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고 그것이 올바르게 행해졌다면 불신이 생길 여지가 없다.

한인사회 대표 단체의 리더들이 단기간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도 문제해결 방식, 분석,추론의 방법론을 냉정하게, 참을성 있게,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논란의 쟁점과 개선의 방향을 결과의 호오(好惡)에 두지 말고 방법론적인 과정과 절차의 잘 잘못에 맞출 때, 한인사회가 한단계 높은 발전을 통해 한인사회로 부터 신뢰 받는 대표 단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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