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현지시간 9일 이탈리아어를 곁들인 의회 연설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찰스 3세는 이날 로마의 몬테치토리오 궁전(하원)에서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 합동 연설에 나서 의원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단테의 언어를 너무 망쳐서 다시는 이탈리아에 초대받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유머를 구사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현대 이탈리아어의 정립에 크게 공헌한 단테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탈리아어를 ‘단테의 언어’라고 부르는 점을 빗댄 표현입니다.
장편 서사시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는 당시 지식인의 언어였던 라틴어 대신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책을 썼습니다.
찰스 3세는 연설 말미에 신곡 중 “E poi uscimmo a rivedere le stelle”(그리고 우리는 다시 별을 보기 위해 나아갔다)를 원문으로 인용해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유럽의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찰스 3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 하나”라며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가장 어려울 때 함께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전쟁은 끔찍한 대가를 요구한다”며 “평화는 결코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찰스 3세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유럽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문학적으로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찰스 3세는 의회 연설을 마친 뒤 커밀라 왕비와 함께 바티칸을 깜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공개 접견했습니다.
찰스 3세 부부는 한동안 폐렴을 앓았던 교황에게 쾌유를 기원했으며, 교황은 국왕 부부의 결혼 20주년을 축하했습니다.
찰스 3세는 10일 라벤나를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로부터의 해방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이어 단테의 묘를 방문한 뒤 귀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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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