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가 깊은 애도에 잠긴 가운데, 가장 개혁적인 교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던진 변화의 메시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선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는가?”
즉위 초기인 2013년 7월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사제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오랜 관습을 허물고 성소수자(LGBTQ) 공동체에 대한 포용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지난 2023년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해, 그간 동성애를 죄악으로 봤던 가톨릭에서 역사적인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동성 결혼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성 커플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시민결합법’을 지지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는 “그가 성소수자 공동체를 위해 한 일은 전임 교황 모두를 합친 것보다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존재를 인정하고, 동행하고, 목회적 지지와 경청을 실천했다”며 “그의 행보는 교회 내에 큰 전환점을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이자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다. 생명을 선택하자! 미래를 선택하자!”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인권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의 기후 위기 대응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2015년에는 교황청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만을 주제로 한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습니다.
이 회칙은 기후 변화를 사회적·환경적 위기로 규정하고, 가장 큰 피해를 가난한 이들이 떠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에는 후속 권고문 ‘찬양하라 하느님(Laudate Deum)’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붕괴의 긴박함을 재차 경고했습니다.
같은 해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교황은 환경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화합과 다자주의라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존 케리 전 미국 기후 특사는 “교황은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불평등 해소에 깊이 관여했다”며 “그는 무엇보다 인도주의자였다”고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도 전례 없는 수준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교황은 지난 2월 15일 바티칸시국 행정부 장관에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했습니다.
바티칸시국 행정부 최고 직책에 여성을 임명한 건 가톨릭교회 역사상 처음입니다.
이에 앞서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장관에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가 임명돼 첫 교황청 여성 장관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첫 여성 사무국장, 첫 여성 바티칸 박물관 관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습니다.
미국 뉴욕 호프스트라 대학 필리스 자가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내의 여성에 대한 논의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여성을 사제로 임명하는 데는 반대했고, 여성 부제(세례와 혼인 성사는 집전할 수 있지만, 미사나 성체 성사는 주례하지 못하는 성직) 허용과 관련한 논의에서 결실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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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