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역대 미국 대통령 최저 수준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도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대학 법학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00일간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앞세운 인선 방식으로 백악관을 고립된 ‘그들 만의 세계’로 변질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28일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법학자 35명을 인터뷰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 미국의 사법 및 헌법 체계에 도전하고 대학과 언론 등 시민 사회를 탄압하는 등 ‘무법 대통령’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습니다.
이들은 보수·진보 등 정치 성향과 소속 대학 등을 가리지 않고 집권 100일 동안 미국의 사법 체계가 중대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일부 학자는 트럼프의 행보가 전형적인 권위주의 정권의 특성을 보인다면서 미국 헌법이 권위주의에 점령당할 수 있는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를 내놨습니다.
가장 위헌 소지가 크다고 법학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것은 미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 제도 금지 조치입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학자들 모두 출생시민권 금지는 명백한 위법이며 법원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노던일리노이대 이반 버닉 교수는 출생시민권 금지는 “위헌을 넘어 반(反)헌법적 조치”라면서 “이는 우리의 헌법사와 법에서 미국 역사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향한 가장 위대한 노력 중 하나를 지우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두고도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스탠퍼드대 마이클 매코널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특정한 수입 규제를 부과할 권한은 일부 있다면서도 “대통령은 수입품에 세금을 매길 헌법적 권한을 내재적으로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적절한 절차 없이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강도 높은 이민 정책과 대학·로펌·언론 등 시민 사회를 향해 벌이고 있는 공격 역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밴더빌트대 수재너 셰리 명예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백악관의 표기 방침에 따르지 않은 AP 통신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한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법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반적인 행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권력의 균형과 견제 기능을 무너뜨려 미국을 권위주의 정권과 같은 체제로 전락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집권 1기 때보다도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충성심’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 인선 방식이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능력이 아닌 충성심이 성공을 결정짓는 그들만의 ‘비눗방울’ 안에 갇힌 형국이라며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WP는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을 예로 들면서 내부적으로 비판 목소리 없이 모두 충성파들로 채워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제한된, 결함 있는 데이터로 학습한 AI로 구성된 팀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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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leess@yna.co.kr)